화장품 성분표를 조금이라도 관심 있게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마주쳤을 이름, 나이아신아마이드(Niacinamide). 미백 기능성 화장품부터 모공·피지 케어 세럼, 피부장벽 크림까지 다양한 제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성분입니다. 그만큼 익숙하지만, 막상 “나이아신아마이드가 피부에서 정확히 무슨 일을 하나요?” 라고 물으면 미백 외에는 선뜻 떠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.
하지만 나이아신아마이드는 생각보다 다양한 역할을 하는 성분입니다. 심지어 약국에서 판매되는 여드름 치료 일반의약품에도 사용되고 있습니다. 하나씩 살펴볼까요?
나이아신아마이드, 어떤 성분일까요?
나이아신아마이드는 비타민 B3의 한 형태입니다. 화장품에서는 주로 '나이아신아마이드(Niacinamide)'라는 이름을 사용하지만, 의약품에서는 '니코틴산아미드(Nicotinic acid amide)'라는 이름을 볼 수 있습니다. '니코틴아미드(Nicotinamide)'라고도 하는데, 모두 같은 성분을 가리키는 이름입니다.
미백 : 멜라닌의 '전달'을 줄인다
나이아신아마이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효과는 미백입니다. 실제로 나이아신아마이드는 국내에서 '피부의 미백에 도움을 주는' 기능성화장품 성분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고시된 성분이기도 합니다. 피부의 멜라닌은 멜라노사이트에서 만들어진 뒤 '멜라노좀(melanosome)'이라는 구조에 담겨 주변의 각질형성세포로 전달됩니다. 나이아신아마이드는 멜라닌 생성을 직접 억제하기보다는 멜라노좀이 각질형성세포로 전달되는 과정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색소침착 개선에 도움을 줍니다. 실제 임상연구에서도 나이아신아마이드를 사용했을 때 과색소침착과 피부 색소의 개선이 관찰됐습니다. 즉, “멜라닌을 못 만들게 한다”기보다는 “만들어진 멜라닌의 전달을 줄인다” 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.
피부장벽 : 세라마이드 합성을 돕는다
나이아신아마이드는 장벽 크림이나 보습제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. 피부 가장 바깥쪽의 각질층에는 세라마이드, 콜레스테롤, 유리지방산과 같은 지질이 존재합니다. 이들은 피부 속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피부장벽의 중요한 구성 요소입니다.
나이아신아마이드는 각질형성세포에서 세라마이드를 비롯한 피부 지질의 합성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합니다. 연구에서는 나이아신아마이드를 피부에 적용했을 때 각질층의 세라마이드와 유리지방산이 증가하면서 '경피수분손실(TEWL)'이 감소했습니다.
이러한 작용 덕분에 나이아신아마이드는 미백뿐 아니라 피부의 수분 손실을 줄이고 피부장벽을 보조하는 성분으로도 활용됩니다.
피지·트러블 : 피부 유분 조절과 항염 작용
지성 피부나 모공·트러블 케어 제품에도 나이아신아마이드가 자주 등장합니다.
2% 나이아신아마이드를 사용한 임상연구에서는 피지 분비와 피부 표면의 유분 감소가 관찰된 바 있습니다. 다만 연구 대상에 따라 결과에는 차이가 있었습니다. 따라서 피지를 강력하게 억제하는 성분이라기보다는 피부 유분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성분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합니다.
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이 항염 작용입니다. 그리고 이 항염 작용은 화장품을 넘어 의약품에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.
화장품에서 보던 성분이 여드름 치료제에도?
약국에서 판매되는 세비타비겔의 주성분은 니코틴산아미드입니다.
앞서 설명했듯 니코틴산아미드는 나이아신아마이드와 같은 성분입니다.
세비타비겔에는 니코틴산아미드가 4%(40 mg/g) 함유되어 있으며, 경증 내지 중등증의 염증성 여드름의 국소치료에 허가된 일반의약품입니다.
나이아신아마이드의 항염 작용을 바탕으로 염증성 여드름에 사용되며, 실제로 4% 니코틴산아미드 외용제를 염증성 여드름에 사용한 임상연구도 있습니다.
4% 니코틴산아미드겔과 1% 클린다마이신겔을 8주간 비교한 임상시험에서는 두 군 모두 염증성 여드름이 개선됐으며, 군 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.
다만 연구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이 결과만으로 두 성분의 여드름 치료 효과가 동등하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.
화장품에서 익숙하게 보던 나이아신아마이드가 '니코틴산아미드'라는 이름으로 염증성 여드름 치료 일반의약품의 유효성분으로도 사용되고 있다는 점은 이 성분의 다양한 활용을 잘 보여줍니다.
그렇다면 함량이 높을수록 좋을까?
최근에는 나이아신아마이드 함량 자체를 강조한 화장품이 많습니다.
5%, 10%, 20%….
숫자가 높을수록 효과도 더 강할 것처럼 느껴지지만, 현재까지의 임상 근거를 보면 반드시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.
나이아신아마이드는 색소침착과 관련된 연구에서 2~5%, 피지와 관련된 연구에서 *2%*가 사용됐고, 5%를 12주간 사용한 임상시험에서는 과색소침착뿐 아니라 잔주름, 피부결, 붉은 반점과 피부 탄력 등의 개선도 관찰됐습니다.
즉, 비교적 낮은 농도에서도 다양한 피부 효과가 연구되어 왔습니다.
반면 10~20%처럼 농도를 높였을 때 2~5%보다 효과가 얼마나 더 좋아지는지를 직접 비교해 보여준 임상 근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.
따라서 10%가 5%보다 효과가 두 배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원하는 피부 효과와 피부 자극 여부를 고려해 꾸준히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.
일반적인 나이아신아마이드 화장품은 사용 기간을 별도로 제한할 필요가 없으며, 8~12주 정도 꾸준히 사용하면서 피부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.
자극 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.
✏️ 약사의 한 줄
나이아신아마이드는 단순한 '미백 성분' 그 이상입니다. 국내에서 기능성화장품 성분으로 공식 고시된 기능은 미백이지만, 피부장벽 · 유분 조절 · 항염 등 다양한 피부 효과가 연구되어 왔으며 염증성 여드름 치료 일반의약품에도 사용됩니다. 화장품을 고를 때는 '고함량'보다 '근거 있는 함량'을 먼저 살펴보세요. 2~5%에서도 여러 피부 효과가 연구된 만큼, 몇 %인지보다 사용 목적과 내 피부에 꾸준히 사용할 수 있는 지가 더 중요합니다. 화장품의 품질을 판단할 때는 성분명이나 배합 함량 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품질관리 근거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. 예를 들어 기능성화장품 여부와 완제품의 성분 함량 시험 자료 등은 제품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. 중요한 것은 제품이 내세우는 함량과 효능을 어떤 객관적인 근거로 뒷받침 하고 있는지입니다.
— 몸의 기준
참고문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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본 내용은 특정 제품의 효능·효과를 보증하지 않으며,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.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약사와 상담하세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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